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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숲
   
from : 152.99.132.11     hit : 1635    date : 2017.01.23 pm 08:39:14
  name : 김영훈   homepage :
겨울산은 차다
추운 겨울산에 폭설이 오고
숲에 덮쳐오는 눈의 하중이 산을 흔들면
마른 잎들이 백색의 하중을 힘겹게 받쳐내고
바람이 이파리에 쌓인 눈을 헤치고 불면
바람을 타고 비상하는 눈송이가
천국의 흰 새처럼 날고
허공에서 장렬히 부서지는
새들의 몸부림
이따금 바람 속에 날개의 신음소리가 났다
부서지는 것은 아름답다
그렇게
달도 별도 없는 밤이 지나고
公州에 한파주의보가 내린
이른 새벽
숲길에 낙인처럼 외줄로 들어난  
고라니 발자국들
산으로 돌아가는 길
밤새워 새벽까지 산으로 끌려간
허기의 흔적이 아름답다
허기의 이빨에 물어 뜯긴 숲의 상처가
아픔을 참고 남겨져 있다
숲은 비고 겨울산은 배 고픈데
밤새 고라니가 밟고 간
겨울산의 절망이 황홀하다
눈송이를 덮으러 내려온 눈송이가
다시 눈송이에 덮히며 얼어가던 밤
눈길에 상처처럼 남은
고라니 발자국이 처연하다
고라니를 따라 산으로 돌아가지 못한
발자국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