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케이션 > 공주 오곡마을  
 
산비둘기
   
from : 152.99.132.11     hit : 1993    date : 2017.01.20 pm 12:26:13
  name : 김영훈   homepage :
오늘 새벽부터 숲속에서
첫눈이 내린 후 뚝 끊겼던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헐벗은 나무들 틈으로 행여 보일까 하여
한참 숲속을 들여다봐도
숲은 민망하게 텅 비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비어 있는 숲속에서 새가 운다
새가 울기에 비어 있는 숲이 아닌
그 숲속에서

봄이 오지 않는다고
책장에 고이 꽂혀 있던 고독과 절망들이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나가버리면
밖으로 나가 빈 가지만 들어낸
숲속으로 가면
숲속으로 가서 사라져버리면
먼 숲의 딸꼭질처럼
겨우내 멈추었던
산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
들려오면
듣는 가슴이 하얗게 타는

죽도록 그리워도 내색 하나 없던
사연들이 차곡차곡 꽂혀 있던 책장에
차마 詩語가 되지 못하고 갇혀있던 말들이
고독과 절망 속에 배추처럼 저려진 그 말들이
말들이
한 사내의 초막에서 자라
싸리문에 혈흔처럼 남았던 그 말들이
떠나면
비어 있는 방안에 쏟아진
별빛만 가득한데

산비둘기 운다
아주 깊은 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