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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from : 61.105.44.46     hit : 2545    date : 2012.12.30 pm 09:30:55
  name : 김영훈   homepage :
발자국은 항상 혼자이기를 원했다
모든 발자국이 함께 하면서도
저마다의 발자국은 혼자이기를 원했다
서로 같은 별을 보았어도 바라 본 각도가 조금씩 달랐다
차가운 모래 속을 알몸으로 파헤치며  
한밤 먹이를 찾아 푸른 어둠을 배회한 전갈은
축축한 그림자를 털어 최후의 온기를 보존하려는 듯
고독의 흔적을 추스르며 혼자 별빛에 선다
작고 빛나는 역사 하나가 칼날아래 쓰러져 있다
맑은 별빛이 세공해가는 시간을 숨죽이게 하며
오래 떨게 하며 전갈이
잠시 멈춘 시간 속에 숨을 거두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서서히 희망을 품어내는 빛의 속도보다
체액을 따라 번지는 푸른 독의 속도가 빨랐다
사막에서 죽어가는 것은 전갈만은 아니다
항상 무서운 것은 전갈의 독이 아니다
도달할 수 없는 별빛의 높이가 아니다
깜깜한 눈꺼풀 속에선 매일 바람의 날개들이 웅성거리며 날아올랐다
해체된 시간 속에 들어난
잴 수 없는 사막의 깊이를 빠른 속도로 시간이 지나갔다
들을 수 있는 건 사랑한다는 말들보다
빠른 속도를 품고 좌절한 막막한 시간의 울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