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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from : 115.91.214.21     hit : 4208    date : 2011.03.28 pm 03:19:31
  name : 김영훈   homepage :
물 마른 겨울 샛강에
물총새가 남긴 발자국도 없는데
오늘은 그냥 그리움이 피어나네요
철지난 바닷가에 남겨진 빈 고동의 껍데기처럼
그리움은 이제 슬픔도 아픔도 아닙니다
물총새가 떠난 겨울 샛강에
녹은 눈 사이로 젖은 땅이 상처처럼 들어나도
겨울비 촉촉한 새벽길을 밟으며
그리움은 이젠 아무 말도 하지 않네요
그 속을 그대가 아름답게 떠내려가요

제가 그대에게 갔을 때
그대 안에 들어온 바람을 위해 그대의 움막이 불을 지펴
좁은 방의 어두음을 걷어냈을 때
내가 그 안의 지푸라기 같은 희망들을 불 지르며 탔을 때
그때도 싸리문 밖 십리 길을 서성이며
차가운 별 몇 개는 손을 비벼 떨고 있었지
빈곤의 움막을 떠난 모든 욕망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싸리문 밖 십리 새벽길을 밟아 발자국도 없이 우리가 떠났어도
하늘의 별은 변함없이 높게 빛나고 있었지요
그날 창가에 머물던 별빛은 다시 볼 수 없지만
저 높은 별 아래 아직 바람이 부네요.
그대의 움막에서 덥혀진 몸으로 그대 없이 번뇌의 사막을 건너온
찬바람이 부네요, 겨울 샛강에  
그 속을 그대가 아름답게 떠내려가요

움막의 전설이 부활하면 삶은 온통 그림자지요  
이제 그대는 바람 속의 그림자예요
그대는 고백하지 마세요.
떠나는 것도 남겨지는 것도 결국 같은 것임을 알았을 때
삶은 삶의 밖으로 결코 우리를 내보내지 않는 다는 것을
오랜 시간의 고통과 슬픔으로 알았을 때
이제 비로소 내안의 그대를 기쁨으로 보내요  
욕망이 떠난 움막에
삶이 돌아와 희미한 등불을 켤 때
겨울비속에 말없이 겨울이 겨울을 떠나도
마른 강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게 눈물처럼 빛나요
그 속을 그대가 아름답게 떠내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