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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지날 무렵
   
from : 58.239.152.169     hit : 1628    date : 2008.07.19 am 03:43:50
  name : 김영훈   homepage :
잊혀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
광주행 버스는
남해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섬진강을 지날 무렵
풍경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논밭 한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에
교회의 첨탑이 보였다
작은 배들이 묶여있는 강변으론
실개천이 하나 둘 흘러들고
논밭사이로 작은 무덤이 보였다
수레를 끌며 늙은 부부가
하천의 둑길을 힘겹게 가고 있는데  
다시 산기슭에
크고 작은 무덤들이 보였고
멀리 분지마을의 교회 십자가에
불이 켜졌다

무덤들이 있던 풍경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늘 우리네 인생을 현세에 두고
과거로 흘러갔듯
환생처럼 내일이면 다시 나타날 무덤들이
일단 어둠속에 매몰되듯 잠겨갔다
실개천은 작은 하천을 만나
섬진강에 이르고 섬진강은
지리산을 기억하며 다시 바다에 이르고
집으로 향했던 사람들은 이제
돌아와 불을 켰다
논과 밭 사이에 널려 있던
작은 집들이 방마다 켜 놓은 불빛들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거기 마을의 작은 불빛 사이로
붉은 십자가가 높게 떠올랐다

나는 일상에서
늘 강변의 바람처럼 미아였다
섬진강을 지날 무렵
잊히어지지 않는 사랑 하나를 기억하며
손톱이 붉어지도록
손 안의 묵주를 돌리고 있었다
어디에도 없던 내가
오랜 거처인양 거기 돌아와 있었다
시간과 구원과 나는 가차 없이
서로를 아프게 묻고 있었다
그날 하루도 내게 기억해야 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김영훈 인간은 사랑의 상실과 회복 사이에서 구원되기를 기다리는 존재인가? 2008.07.22 [수정]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