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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공주에서 한달을 살며......
   
from : 152.99.132.11     hit : 2301    date : 2016.07.13 pm 0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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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주병원에 부임한 지 이제 막 40일이 지났습니다.

  대학병원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재원환자의 1/4 이상이 1년 이상 입원해 있는 만성정신병원입니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환자들,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받아주지 않아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환자들, 어쩌면 이곳이 낙원인 환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의욕적으로 일하기에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이고,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 선생님들의 처우는 바닥입니다.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수련이 힘들게 보이고, 선배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게 현재의 국립정신병원의 현실입니다. 병원의 품격은 의료진의 질과 노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학회 이사장으로 재임할 때 정신과의사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자살, 중독, 폭력, 재난과 같은 현안들이 한국사회의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대부분이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정신건강증진사업을 국가의 주도로 추진하고자 국립서울병원을 개편하여 정신건강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연초에 국가정신건강증진사업에 대한 계획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5월 말에는 정신보건볍 전면개정안이 설익은 상태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3년을 포기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자 이곳에 왔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정신건강사업에 대한 안은 발표했지만, 아직 전체적인 조직도 정비되지 않았고, 인력과 예산이 준비되지 않은 채 실행화 작업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립공주병원은 중부권 정신건강거점병원입니다. 말이 거점병원이지 아직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화사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현안들이 위중한데 이를 피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에도 자살벨트가 있습니다. 강원, 충북, 충남에 이르는 중부권에 자살벨트가 깊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부권에 있는 모든 정신건강사업체들이 힘을 합쳐 자살예방사업 만을 해도 현재 인력으로는 실효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중부권에 청소년을 위한 정신교육문화원을 두고, 성장 발달과 인격 형성에 대한 교육, 심리와 인성에 대한 교육, 우울증과 자살예방교육, 조기 정신병 사업, 폭력과 중독 예방사업, 명상과 마음의 치유 등을 다루는 정신건강교육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센터가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이를 국립공주병원의 특화사업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립대학에서 일을 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일을 할 때 항상 상반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예산과 인력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과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안되는 일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에 연구소를 만들고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내겐 돈 한 푼 없지만 사람 사는 곳에 돈 없는 곳도 없습니다.

  임명장을 받을 때 장관님께서 제게 딱 한마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립공주병원을 사립병원처럼 만들어 달라.” 지금 공주는 제게 따뜻한 도시로 다가옵니다. 제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로 다가와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식 같은 제자들을 품고 싶습니다.